‘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시 ‘서시’의 저자이자, 한국인이 가장 하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는 세계적인 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을 기리고, 흔적을 되돌아보는 회고전이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교회건강연구원(원장 이효상 목사)은 한국기독교근대문화진흥원과 함께 오는 12월 13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고전문화중심(구 화봉갤러리)에서 ‘별이 된 시인 윤동주 탄생 백주년 기념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념전에서는 특별히 윤동주 시인을 주제로 한 연속 강연회가 열리고 있으며, 지난 4일에는 ‘윤동주 평전’의 저자 소설가 송우혜 작가가 ‘별이 된 시인 윤동주와 시대정신-윤동주 시인 생애에서 궁금한 일 두 가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또한 윤동주 시인의 사랑과 창씨개명에 대해 돌아보며, 우리가 익히 알지 못했던 인간 윤동주에 대해 소개했다.
송 씨는 “윤동주는 ‘잘 생기고 수줍은 청년’이었으나 한 번도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친구와 후배는 이화여전 여학생에 대해 증언했고, 여동생 윤혜원 권사는 함북 종성 출신 ‘박춘혜’라는 여학생을 적극적으로 사랑했다고 말했다”며 “이 시기에 나온 시인 ‘봄’은 그의 시 전체에서 가장 밝고 화사하고 즐거운 시다. 당시 박춘혜에게 느꼈던 밝고 건강하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매우 강렬하고 생생하게 전해진다”고 밝혔다.
또한 송 작가는 창씨개명의 시대적 비극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윤동주’라는 이름으로 지키고자 했던 저항정신을 소개했다.
당시 일본 유학을 하자면 연전에 창씨개명계를 제출하여 연전의 문서나 서류에 있는 이름을 모두 법적 이름인 호적상 이름과 일치시켜야 했다. 우선 일본으로 건너갈 배를 탈 수 있는 서류인 ‘도항증명서’를 받으려면 창씨개명한 이름이라야 가능했고, 또 입학시험을 치를 일본 대학에 제출할 서류들도 호적상 이름과 일치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윤동주’라는 이름으로 연전에 유지하고자, 연전을 졸업하고 난 뒤 한달 뒤에야‘히라누마 도오쥬우’라는 창씨개명계를 제출하게 된다.
하지만 윤동주에 있어 창씨개명은 너무도 큰 사건이었다. 송 작가는 “윤동주 시인은 연전에 창씨개명계를 제출한 1942년 1월 29일이 그의 시 중에서 가장 강렬한 저항의식이 담겨 있는 유명한 시 ‘참회록’이 쓰인 때와 맞물려 있다”면서 “그는 일제의 강요와 강압에 따라 ‘창씨개명’을 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감정과 각오와 뼈저린 아픔을 ‘참회록’이란 시로 정리한 뒤, 연전에 가서 창씨개명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동주의 시 중에서 가장 구체적인 현실에 바탕을 두고 가장 강력한 저항의식을 드러낸 것이 바로 이 시”라며 “일제가 강요하는 일본식 창씨개명이란 절차에 굴복한 그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그는 일제에 의해 멸망한 ‘대한제국’이란 왕조의 후예로서, 바로 자신의 ‘얼굴’이 그 ‘왕조의 유물’임을 절감하면서 ‘이다지도 욕됨’을 참회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송 작가는 “창씨개명 제출을 앞두고 ‘참회록’을 쓰던 당시 그가 고뇌하던 의식의 갈피와 흐름이 명료하게 드러나 있다. 일제가 조선에 시행했던 ‘창씨개명’이란 추악한 제도와 절차에 저항한 시로써 이처럼 깊이 있고 울림이 큰 시가 나왔다는 것은 민족사에 크게 기록할 장거라고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해방기 시문학과 윤동주의 시집, 그의 시가 소개된 서적들, 음악으로 알려진 윤동주 시세계, 그림으로 알려진 윤동주 작품, 윤동주 시인 관련 일본 서적과 중국 서적, 소설, 영화 연극 등 윤동주와 관련된 모든 기록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윤동주 시인을 조명하는 특별 강연 역시 풍성히 진행된다. 9일에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민족 예언시인 윤동주론’, 11일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스터디시낭송회 시울림의 ‘윤동주 시 낭송회’, 13일에는 이효상 목사가 ‘시인 윤동주와 해방 시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이효상 목사는 “이번 기념전에서는 그의 부끄러워하는 얼굴과 촉촉이 젖은 목소리, 그리고 물기를 지닌 눈망울의 시인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시인이 다시 생각나고 그의 시를 읽다보면 맑고 고운 시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며 “이 어려운 시대를 부끄럼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렇게 살아가는 느낌을 부끄러워하고 솔직히 고백하고 참회하는 그를 대면하기에 그의 시는 이 시대 시심의 부활과 더불어 시의 부흥을 꿈꾸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서지연구와 수집의 세월 십년, 책을 한 권 한 권 모으다보니 점이 선이 되고 선이 원이 되고, 어느새 한 장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이 귀한 시간이 가슴에 남고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발걸음이 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본 전시회는 오는 13일까지 계속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기념강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시도록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