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6(월)
 
최근 경희대로부터 징계 및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혜정박물관장 김혜정 석좌교수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학교측이 내세운 징계 이유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징계 과정도 절차를 무시한 불법이라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희대 인사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김 관장이 976만원을 횡령하고, 개인소유 유물 30점을 교비로 구입하였으며, 기증한 유물을 무단 반출하고, 세금계산서를 허위 작성하였으며, 교직원을 무단 동원하였다는 혐의로 그녀의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하지만 김 관장은 학교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이는 학교측의 안일함을 언론에 고발한 자신에 대한 보복이라고 강력히 항변하고 나서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김혜정 관장은 지난 2002년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번 돈을 바탕으로 약 40여년 간에 걸쳐 수집한 고지도 약 8만여점(약 1,000억원 상당)을 경희학원 설립자인 고 조영식 이사장의 적극적인 간청을 받아 경희대에 이를 전체 무료로 기증하며 경희대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 관장이 기증한 자료는 11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 뿐 아니라, 지도첩, 관련 사료 및 문헌까지 망라하고 있으며, 특히 동해 표기나 독도 영유권 등 영토 분쟁에 관해 국익을 대변한 귀중한 사료들이 포함되어 있어, 이에 대한 역사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학교측이 그런 그녀에게 내세운 혐의는 976만원의 횡령. 무려 1,000억원 상당의 고지도를 기증했던 그녀가 고작 수백만원에 대한 욕심을 채우고자 횡령이라는 불법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관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976만원에 대해서는 자신이 횡령한 것이 아닌 직원이 전시회 행사를 준비하던 중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로 받은 금액을 회수한 것이며, 더구나 그 비용은 박물관 운영자금과 무관한 전시회 행사비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실제로 박물관의 유물관리비용 등으로 사용되었을 뿐 사적 용도로 지출된 바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개인 소유 유물 30점을 교비로 구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학교 측과의 사전 협의 하에 유물을 선구매하고 당해 연도 또는 다음 연도의 예산으로 집행하여 온 것일 뿐, 교비로 개인 유물을 구입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무단 반출에 대한 것은 자신이 소유한 장식용 지도를 수리를 위해 잠시 박물관에 놔두었던 것을 직원이 무단 반출한 뒤 회수하지 않은 건, 한 건 있었을 뿐, 기증한 유물을 집으로 무단 반출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혜정 박물관 내에는 김 관장이 학교에 기증한 고지도 8만점 외에도, 개인 소유의 유물 약 17~8만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김 관장은 학교측이 자신에 징계를 내린 이유를 최근 혜정박물관과 관련한 MBC 뉴스 보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관장의 주장에 따르면 고지도를 기증하기로 한 당시 경희대는 김 관장에 고지도 등의 유물을 제대로 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의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온도/습도 관리를 위한 기본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곳에 유물을 방치하고, 관리예산마저 지속적으로 삭감했다. 
김 관장은 2012년 2억4천만원이었던 예산이 2014년에 5천만원으로 급격히 삭감됐고, 특히 보존 및 관리에 소요되는 예산은 2012년 1,300만원에서 올해 3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관리 부실로 수장고 천장에서 빗물이 새어, 고지도에 곰팡이가 피고, 좀이 먹어 유물에 대한 훼손이 점차 심각해지자 김 관장은 학교측에 박물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구하는 청원서를 여러 차례 보냈으나, 학교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결국 김 관장은 각 언론사에 ‘언론 제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언론 취재를 요청해, 각 언론사들이 앞다퉈 혜정박물관을 취재했고, 특히 MBC는 8월 14일 ‘찢기고 썩어가는 ’독도 고지도‘, 관리부실로 훼손’이란 보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김 관장은 “학교측은 14일 MBC보도가 나간 뒤, 17일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및 조사절차 없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며 “이는 분명한 보복성 징계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 관장은 학교측이 이번 징계를 결정하는데 있어 소환 절차나, 어떠한 소명의 기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학교측은 모 언론을 통해 혜정박물관의 운영 및 지원에 대해 관리비는 현재 관리팀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보습제 구입 등에 대한 예산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삭감된 예산도 유물구입비와 해외출장비, 액자비, 유물복제비 등 유물관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내용의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김혜정 관장은 법원에 학교측의 직위해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으며, 학교측은 혜정박물관을 임시폐쇄하고 문을 걸어 잠근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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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혜정박물관장, “직위해제는 학교측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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