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한국교회 대통합 아닌 또 다른 분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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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새로운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연합(이하 한기연)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뜨겁다. 오는 12월 초 정기총회를 앞두고 있는 한기연은 예장통합, 합동,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등 주요교단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명실공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체로 우뚝 서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의 각오와는 다르게 시작부터 심한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한기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이 최근 정관 문제를 바탕으로 한기연 파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기연은 한교연과 한교총(교단장회의)의 통합체로 한교연이 빠지면 한기연은 어떠한 출범의 명분도 갖지 못한다. 이미 출범 전부터 수많은 논란과 명분 없는 통합으로 문제를 야기한 바 있는 한기연은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무리한 통합 추진, 결국 발목 잡아
앞서, 지적한대로 한기연은 한교연의 불참으로 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현재 문제의 핵심으로 정관이 지적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라도 이미 상당히 깊어진 양측의 불협화음은 더 이상 통합체로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연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미래는 두가지다. 일단 극적으로 한교연과 한교총이 타협 방안을 마련해 오는 12월 5일 예정대로 정기총회를 여는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매우 부정적인 예측이지만, 양측의 통합안 역시 예측을 완전히 뒤집고 나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일단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일이다.
두 번째는 이대로 한교연이 한기연과의 파기를 선언했을 때의 얘기다. 한교연의 주장대로 한기연과의 통합이 파기된다면, 한기연은 단순 헤프닝으로 끝나야 하겠지만, 한교총(교단장회의)만 남은 한기연이 12월 5일 정기총회를 강행할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정기총회 강행 가능성에 매우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한기연은 지난 8월 창립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총회를 두고, 통합총회냐 창립총회냐 논란도 있었지만, 이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단은 정식적인 조직 출범을 교계에 선포한 바 있다.
이 당시 한교연에서는 “창립은 했지만, 실제적인 조직은 12월 총회에서 이뤄진다. 그때까지는 임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창립은 했지만, 임시라는 매우 애매한 총회를 한 것이다. 당시 총회는 양측이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나 확정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무리하게 강행한 측면이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창립총회는 목적이 뚜렷했다. 각 교단들이 9월 총회에서 한기연에 대한 가입을 승인받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인 통합이 지금 탈이 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교총(교단장회의) 입장에서는 당시의 총회를 근거로 한기연은 이미 출범한 단체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한기연은 교단들의 연합체라는 점을 근거로, 한교연의 파기 선언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결국 한국교회에는 한기연이라는 새로운 단체가 하나 더 생겨나게 되게 된다. 애초 교회협, 한기총으로 양분됐던 한국교회가 이제 4개의 연합단체로 완전히 갈리게 생긴 것이다.  

‘통합’은 무조건 옳은가?
한기연은 모태인 교단장회의가 한국교회 통합과 관련해 처음 주장했던 것은 수년 전 분열한 한기총과 한교연의 재통합이었다. 이를 위해 교단장회의가 나서 중간자적 역할을 감당하며, 양측의 통합을 종용한다는 것이 처음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교단장회의가 양측의 통합에 과도한 개입을 하자, 이에 한교연이 반발하고 나섰고, 교단장회의를 제외한 한기총-한교연의 양자가 통합 위원회를 재구성하게 된다. 하지만 교단장회의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를 들어 제4의 연합기구를 표방하는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라는 조직을 출범시킨다.
이는 교단장회의가 교단장들의 친목단체라는 한계가 있기에, ‘한교총’은 원활한 정치를 위한 교단장회의의 정치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 단체다. 그만큼 양 단체는 구성원이나, 활동에 있어 서로를 구분짓지 않았다. 그럼만큼 교계에는 교단장회의가 곧 한교총이고, 한교총이 곧 교단장회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한교총이라는 조직이 공식 연합단체임을 밝히기는 했지만, 구성 교단들이 정식으로 가입을 해온 적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교단장회의의 또다른 버전이었기에, 그저 교단장들의 의지로만 가입했을 뿐, 정식 총회에서 한교총의 가입을 득하지는 못했다.
결국 창립은 했지만, 임시 조직에 머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거기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 한교연과 한기총은 통합 선언까지 하며 통합을 목전에 둔 듯 하다가 당시 한기총의 대표회장이었던 이영훈 목사가 낙마하며, 통합 논의는 급 중단되고 만다.
그리고 난데없이 한교연이 한기총이 아닌 한교총과의 통합을 발표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한교총은 임시조직일 뿐 이지만, 한교연과 단체 대 단체로의 통합을 결의한다.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이들의 통합에 대해 합동, 감리교, 침례교 등 대형교단들의 섭외를 위한 발판이라는 의구심이 일었지만, 이는 개의치 않았다. 통합 합의서에 주체는 ‘한교총’으로 명시하고, 서명은 교단장회의의 대표가 했지만, 이 역시 아무런 해명 없이 넘어갔다. 그저 한국교회 통합이기에 무조건 좋다는 식이었고, 반대로 거기에 딴지를 거는 것은 통합을 방해하는 행동일 뿐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되짚어 보면, 사실상 ‘한기연’이라는 조직은 한기총-한교연 통합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완전히 상실했으며, 주체가 되는 한교총이라는 단체는 임시 단체로서 통합에 응할 자격이 없는 단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한교총이 한기연으로 이름을 바꿔 한국교회의 새로운 연합단체로 등장하는 것이다. 애초에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이야기하며,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이들의 결론은 또다른 분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합은 한국교회의 궁극적 숙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통합이라는 명분이 결코 모든 불법과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정당화시킬 수 없으며, 그렇기에 이를 그런 식으로 이용해서도 안된다.
오는 12월 5일 총회를 앞두고 있는 한기연이 한국교회의 또다른 분열체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차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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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한기연 제4의 연합단체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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