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종교음식점 ‘마지’에서 벌어지는 종교실험의 장
2018/02/23 14:2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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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교회와 새로운 ‘종교인상’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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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9일 교회연합신문에 게재된 “한밝 변찬린, 새 축(軸)의 시대 ‘한국적 기독교’의 해석 틀을 만들다”라는 글을 본 손원영 목사의 초청을 받아 필자는 가나안교회에서 ‘한밝 변찬린 특강’을 하게 되었다. 때는 설 연휴인 2월 18일이었다. 장소는 한국의 전통종교음식을 통해 ‘종교와 인간이 공생’하는 새로운 종교문화를 창출하려는 김현진 대표가 운영하는 서촌의 종교음식점 ‘마지’에서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종교인구통계에 의하면, 우리사회에서 처음으로 무종교인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 종교계는 충격에 빠진 일이 있다. 더구나 한국교회는 교회 세습문제와 교회매매, 기복신앙 등 부정적인 현상으로 사회의 시선이 예전처럼 호의적이지 않은 상태인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이런 현상이 축적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면서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안나가’(노미날리티) 신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이 가나안 신자가 ‘안나가’ 신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말한 사람은 함석헌이다. 함석헌은 1971년 3월에 『씨알의 소리』에 한국교회의 특징가운데 하나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나안의 소망이 ‘안나가’의 현상유지로 타락해 버렸다. 이상하게도 ‘가나안’이 거꾸러지면 ‘안나가’가 되지 않나? 오늘 한국교회의 특징을 말한다면 ‘안나가’는 부대다. 그들은 사회악과 겨루는 역사의 싸움에서 뒤를 빼고 송아지 앞에서 절을 하고 둘러 앉아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예배라고 한다. 그러니 하나님의 발가락인 아래층 사회가 교회에서 빠져나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빠져 나간 것이 아니라 내쫓은 것이다.”
이런 엄중한 한국교회 현상을 인식한 손원영 목사는 가나안 신자를 교회밖에서 목회환경을 제공하려는 열정과 서구교회 전통만 맹종적으로 추종하는 데서 탈피하여 한국적 교회전통을 만들고자 2016년 8월부터 실험교회인 가나안교회를 세워 목회 중이다. 손 목사는 예술목회연구원장으로서 김현진 마지대표, 김학철교수 등과 파트너쉽으로 예술과 영성, 이웃종교와의 대화 등을 목회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험교회로서 가나안 교회는 장소를 달리하여 첫째 주에는 열두광주리 가나안 교회에서 예술과 목회, 마지 가나안 교회에서 둘째 주에는 성찬예배와 신학강좌, 셋째 주에는 성찬예배와 이웃종교 간의 대화, 넷째 주에는 영성수련, 다섯째 주에는 비정기적인 모임을 갤러리 가나안교회에서 성찬예배와 영성예술강좌, 여섯째 주에는 젠세러피 가나안교회에서 명상수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실험교회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현재 가나안교회는 십여 명이 참여하는 소규모로 운영되며, 필자가 ‘변찬린 종교사상’을 소개한 날에 신자들이 목사와 신도 간에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에 남겨져 있다.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목회분위기가 아닌 수평적인 연대와 대화를 통한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설교위주가 아니라 성경의 성구를 읽고 신자들이 그 느낌을 말하는 등의 종교의례의 변화는 작지만 혁신적인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이 반드시 크고 거대한 것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은 변화의 지속성이 큰 변화와 근본적인 개혁의 현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가나안 교회에서 또 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목회현장을 제공하고 있는 김현진 대표이다. 김 대표는 불교의례와 사찰음식을 깊이 공부한 불교음식전문가이다. 아니 생명문화전문가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창교자의 가르침은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리와 교학체계로 배운 창교자의 가르침은 삶속에서 이미 그 생명력을 상실한 것을 깨닫고 6년 전에 종교음식전문점을 열어 새로운 형식의 종교운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최소한 마지에서는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만나고 있는 것이다. 종교음식 혹은 문화음식 운동을 통하여 공생의 방법을 일깨우려는 보살심의 마음으로 세운 것이 종교음식 전문점 마지이다. 김 대표는 종교가 ‘인간다운 인간’을 만드는 가르침임에도 교리중심, 신중심, 사찰중심의 제도종교의 병폐를 지적한다. 나아가 한국 전통음식 속에 이미 유불선의 사상이 있고 그 핵심을 담아 종교음식으로 내어 놓는다고 속내를 내비친다.
한국종교음식점에서는 말 그대로 창교자의 가르침이 한국 전통종교음식의 복원을 통하여 우리 몸에서 도식(道食)으로 융해되어 생활의 에너지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교간 음식문화의 차이는 종교사상의 차이이다. 가나안교회의 신자는 이미 성찬예배를 마치고 한국 전통의 채식음식을 먹음으로써 가나안 신자의 몸속에서는 벌써 ‘종교간의 대화’가 이루어져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의 에너지가 발산되어 삶속에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종교학자로서 필자는 이런 실험적인 종교운동이 하나의 일시적인 이벤트성이 아니고, 상업성을 지향하지 않으면서 연속적인 종교운동으로 안착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종교운동의 성패는 신도수의 증가나 성전의 양적 팽창에 있지 않다. 한국의 부정적인 종교현상은 창교자의 삶의 정신을 삶속에서 구현하는 것을 망각한 데에 기인한다. 앞으로의 종교운동은 한국사회에 걸맞는 종교적 지도자들이 탄생하여야 한다는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교가 전래된 이래 일반 대중이 인정하는 한국의 기독교 인물이 누구이며, 수천 년의 전통종교인 불교에서 현대에 내세울 수 있는 불교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진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종교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새로운 종교개혁의 목소리가 중구난방식으로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개혁의 방향이 제도종교의 불평등한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면 한국 종교의 위기는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한국 종교계에 대한 무(비)종교인의 시선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과연 무언가 다르다’는 긍정적인 느낌의 이미지를 주어야 한다. 제도종교인은 삶속에 창교자의 가르침과 삶을 재현해 내어야 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위대한 그리스도교의 혼을 만들어내어야 하며, 불교에서는 새로운 붓다상을 현대에 만들어내어 놓아야 한다. 제도종교에서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하지 못하고, 또한 이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종교개혁 운동은 여전히 호교론적인 ‘그들만의 리그’의 닫힌 담론으로 끝날 것이다.
새로운 종교인상의 정립과 탄생, 이것이 한국 종교의 남겨진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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