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23(화)
 
어머니와 시계

박 말 희


바늘 커서 좋기만 한데,

주웠다는 것 같다
백원짜리가 땅바닥에 굴러다녀도 줍지않는 아이들
그 동전 보다 못한 시계를 차고
유모차에 폐지 같은 시간 싣고
힐렁힐렁 시계 약 끼우러 가는 어머니
줄 갈아 놓으면 바늘이 멈추고 약 끼워 놓으면 유리에 수증기 끼고,
기침 재워 놓으면 다리가 아프고 링거라도 한 대 맞고 나면 시퍼렇게 멍이 드는

내다 팔지도 못할 놈의 시계
내다 버리지도 못할 놈의 노인네

손목에선 꼭 나처럼 인정머리 없는 초침이
툴툴대다 제풀에 주저않고
말았나 보다
노모와 시간은 닮아 있다.

어머니의 젊은날의 흔적은 사라져버리고 지금은 낡은 시계와 같이 멈추었다 가고 느리게도 가고 있다, 시침과 분침이 제 멋대로 시간 밖을 서성댄다. 아무도 눈 길 주지 않는 외 딴 섬이다. 시계도 노모도 온전치 못하다. 약을 끼워 놓으면 줄이 고장 나고 유리는 수증기로 동공이 흐려지고, 어머니의 다리는 삐그덕 거리고 링거 주사 바늘은 되레 시퍼런 상처로 남는다.
노모는 어디서 주워온 낡은 시계를 차고 약을 끼우러 간다. 굴러다니는 동전 한잎 가치 보다 못한... 내다 팔지도 못할 놈의 시계. 내다 버리지도 못할 놈의 노인.
시계와 어머니는 공존의 관계다 인정머리 없는 시인과 초침은 툴툴거리며 빠르게 그들의 시간을 건너 간다.
시인은 이 역설의 슬픔을 잠잠히 토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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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어머니와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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