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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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룻기를 읽은 사람은 모압 여인, 룻이라는 과부가  보아스라는 유대 사람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동네 여자들은 룻의 득남을 축하하며, 그 아들의 이름을 “오벳”이라고 지어주고,  “나오미에게 아들이 태어났다”고 축복하는 사실을 의아해 할 것이다.  오벳은 며느리 룻이 낳았는 데, 사람들은 그의 시어머니 나오미가 났다고 축하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오미는 베들레헴에서 훙년을 피하기 위하여 남편, 엘리멜렉을 따라 두 아들과 함께 모압 땅으로이민을 갔다. 거기서 그는 그의 아들 말론과 기룐을 장가 보내어 모압 여자, 오르바와 룻을 며느리로 얻었다. 그러나 잘 살기 위해서 찾아온 이방 땅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두 며느리만 남아 한 집에서 세 과부가 살게 되었다. 이러한 나오미가 이방 땅에 정을 붙이고 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봇짐을 싸고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가기로 맘 먹었다. 다행이 이제 베들레헴의 흉년도 지나가고 하나님께서 양식을 주셨다는 소식도 들렸다.     
나오미는 두 며느리를 데리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으나 두 며느리 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그래서 며느리들에게 친정으로 돌아가 새 남편을 얻어서 잘 살라고 간곡하게 타일렀는데 큰 며느리 오르바는 오던 길을 돌아갔지만 작은 며느리 룻은 시모인 나오미를 끝까지 따라 가겠다고 떨어지려고 하지를 않았다. 특히 시모의 하나님을 자기의 하나님으로 모시고, 심지어 시모인 나오미가 가는 곳이면 무덤까지도 같이 가겠다고 시모를 붙들었다. 할 수 없이 나오미는 룻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온 그들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나이든 나오미는 일을 할 수 없고, 할 수 없이 룻이 밖에 나가 일하여 생활비를 벌어야 할 상황이었다. 마침 보리 추수하는 때인 만큼 룻은 보리타작하는 농부들의 밭에 나가,  떨어진 이삭을 주우러 나가게 되었다. 룻이 보리 이삭을 주우러 간 곳은  뜻 밖에 자기의 고엘 (), 곧 유업을 물어줄 사람,  보아스의 밭이었다. 그는 나오미의 가까운 친족으로 나오미의 불행을  도와주어야 할 법적인 의무를 가진 자였다. 보아스는 룻을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다른 사람의 밭에 가지 말고 자기 밭에서 이삭을 줍고, 점심 식사도 자기의 일꾼들과 같이 하라는 배려도 해 주었다. 룻이 주워온 보리나 보아스의 일꾼들과 먹다 남겨 온 음식을 먹고 지내는 나오미에게는 두 가지 짐이 있었다. 첫째는 죽은 남편 엘리멜렉의 대를 잇는 것과 둘째는 며느리 룻에게 남편을 얻어 주어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나오미는 이 두 문제를 자기에게 남겨진 남편 이름의 밭을 팔아 해결하려고 한 것 같다.
고대 이스라엘에 있어서 토지는 다 하나님의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각 지파에게 나누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 땅은 지파의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그 소유가 넘어가는 것을 금한다. 다른 사람에게 밭을 부득이 팔아야 할 경우, 그의 “고엘”(, 유업 무를자)이 대신 사주거나 팔려간 땅을 되 사서 원 주인에게 돌려주고, 땅 주인은 후에 여유가 있을 때에 그 땅 값을 그의 고엘에게 돌려주어야 했다(레 25:23-55). 또한 근동 세계에서 여자와 자식들은 땅과 더불어 남편의 소유이며, 딸과 달리 아내는  남편의 소유를 상속받을 수 없었다(민 27:1-11).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일 보아스가 룻의 죽은 남편 보아스의 땅을 사서 그 소유권을 차지 하게 될 경우, 보아스는 엘리멜렉에게 속한 모든 재산, 나오미와 룻과 그리고 나오미 남편의 땅이 다 그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룻 4:5).
여기서 한 가지 더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이스라엘 안에서 시행되고 있었던 시형제 결혼, 혹은 계대결혼 (levirate marriage)이다. 나오미는 그가 말한대로 당장 남편을 얻어서라도 아들을 잉태하여 기룐을 대신하여 룻에게 남편으로 주어야 맞다(룻 1:12-13). 이미 유다는 과부가 된 그의 며느리 다말에게 둘째 아들, 오난을 주었던 것과 같이 셋째 셀라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다말이 창기로 변장하여 그의 시아버지 유다와 동침하여 유다의 큰 아들, 엘의 대를 잇게 하는 것이지만 실상은 유다의 대를 이은 것이 되었다.
나오미는 그의 남편의 엘리멜렉의 밭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밭을 사게되는 고엘은 나오미와 동침하고 나오미는 고엘의 아이를 낳아, 엘리멜렉의 대를 이어야 하며, 그 아이가 룻의 남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오미는 아이를 낳을 수 있을 만큼 젊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오미는 땅과 룻과 더불어 고엘의 소유가 되는 길을 택한 것 같다. 나오미는 룻을 타작마당에서 밤잠을 자는 보아스에게 보내며 보아스가 그들의 친족, 곧 고엘 임을 주지 시킨다(3:1). 그리고 룻은 보아스의 발치에 누워있다가 잠이 깬 보아스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룻은 “저는 어르신의 여종 룻입니다. 어르신의 날개로 이 여종을 덮어 주십시오. 이는 어른께서 저희 유업을 물어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3:9)라고 말한다.
엄격하게 말하면 보아스는 룻의 고엘이 아니라 나오미의 고엘인데, 보아스에게 그의 고엘이 되어 달라고 청하고 있는 것이다. 룻이 보아스에게 그의 날개로 자기를 덮어 달라는 표현은 고대 근동세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결혼을 청하는 관용어구이다(겔 16:8). 보아스는 자기를 찾아온 룻을 칭찬하며 그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아스가 룻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자기보다 순서상 더 가까운 고엘이 있기 때문에 그와 담판이 필요했다.
보아스는 자기보다 가까운 친족을 만나 성읍의 장로들과 사람들을 증인으로 세우고, 나오미의 고엘로서 나오미가 팔려고 내놓은 밭을 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오미의 밭을 살 경우에 룻도 함께 아내로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에게 손해나기 때문에 나오미의 고엘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결국 보아스는 엘리멜렉의 밭을 삼으로 엘리멜렉의 소유인 나오미와 룻을 그의 소유로 삼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베들레헴의 장로들과 성읍 사람들은 보아스에게 의미있는 두 가지 축하의 말을 한다(룻 4:11-12). 첫째는 이 나오미와 룻이 야곱의 집을 세운 라헬과 레아와 같이 되고, 둘째는 룻에게서 낳게 될 후손이 다말이 유다에게서 낳은 베레스의 집과 같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선뜻 이해가 안되는 말들이다. 야곱은 라헬과 레아 두 자매를 아내로 맞아 이스라엘 열 두 지파를 이루었다. 그러나 나오미와 룻은 자매 간이 아니라 고부 간이다. 그런데 보아스가 엘리멜렉의 소유의 밭을 삼으로 나오미와 룻은 이제 보아스의 여자들이 된 것이다. 보아스에게 이들은 다같이 라헬과 레아처럼 자매 간이 되고, 둘 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될 수 있다.  또한 유다와 다말은 관계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시형제 결혼은 형제간 끼리의 관계이다. 다말은 엘과 오난에 이어 셀라와 동침해야지 그의 시아버지인 유다와 동침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아스는 나오미와 동침해야지 룻과 동침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아스와 유다는 서로 반대되는 경우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관계는 용납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룻이 낳은 아들이 나오미의 아들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어떤 사람은 나오미가 룻이 낳은 자기 손자, 오뱃을 아들로 입양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 야곱이 요셉의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자기 아들로 삼은 것처럼…. (창 48장). 그러나 나오미의 경우는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해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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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바른번역, 바른해석, 바른적용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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