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문제와 윤한덕 의사정신-임 영 천 목사
2019/02/15 14:5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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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우연찮게 그 작품을 읽은 것과 윤 센터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각종 언론을 통해 갑자기 전해진 것은 거의 같은 시간대였던 것 같다. 여기서 ‘그 직품’이란 김동주 작가가 한 월간 문예지(2019. 1)에 발표한 <해독제>란 이름의 단편소설이고, ‘윤 센터장’은 지난 2월4일 병원에서 돌연 사망한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이었던 고 윤한덕 의사를 가리킨다. 그런데 여기서 <해독제>란 작품과 윤 센터장을 필자가 한데 묶어 거론하게 된 것은 소위 ‘응급’ 의료 문제와 관련된 양자(兩者)의 공통인수 때문이었다.   
신예작가(2014년 데뷔)인 김동주의 <해독제>란 작품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다. 주인공인 한 가난뱅이 ‘소년’이 생계를 위해 뱀을 잡아다 팔려고 산엘 오르곤 했는데, 그날도 그는 값나가는 독사 세 마리를 잡아 양파망에 집어넣고 하산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잠깐의 실수로 독사에게 발목이 물려 시간이 흘러갈수록 치명적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소년은 보건소에까지 이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아예 해독제가 없었던 보건소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다. 단 보건소의 간호사가 소년을 차에 태워 이웃 병원으로 후송하는 일만은 용케 이루어졌다.
그런데 그 병원의 과장은 소년이 거기 도착한 뒤 ‘한 시간이나 지나서야’ 나타나 소년에게 보호자의 전화번호를 대라고 한다. 보호자에게 연락해 빨리 해독제를 사 오라고 부탁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그의 혀가 엄청 부어올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후엔 원장이 응급실에 나타났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그 병원 간호사가 말 아닌 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볼펜을 소년에게 건네자 그가 뱀탕집의 전화번호를 메모지에 써 준 것이다. 간호사가 뱀탕집으로 전화를 걸자 그 여주인이 해독제를 약국에서 구입해 쏜살같이 달려와 소년은 결국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소설의 줄거리는 그렇게 간단명료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소위 응급 의료의 문제가 깊숙이 내장되어 있다. 그 소설의 내용에 의하면, 당시 독사(칠점사)에게 물린 응급환자에게 주사해야 할 해독제가 보건소에 없었다고 했다. 이웃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거기에도 응급환자에게 투여할 해독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간호사가 과장에게 “우리 병원엔 비상용 해독제가 없나요?”라고 묻자 과장은 “아직 해독제는 고가야. 우리 병원엔 없어.”라고 답한다. 원장이 나타났을 때 간호사가 “보호자가 없더라도 해독제를 주문해 생명을 구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건의하자 원장은 “그런 사사로운 감정으로 병원을 운영한다면 병원은 며칠 못 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오. 지금 신축 병원 공사비로 받는 자금 압박에 머리가 돌 지경이오.”라고 대답한다.
병원은 신축 공사비 문제 같은 것엔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응급환자 생명 구하기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치부형 의료농단의 광풍 속에서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은 저 멀리 휘발해버리고 만 것인가. 여기에 응급 의료 급선무의 문제가 자연히 대두되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센터장 윤한덕 의사가 기울였던 문제가 바로 이 응급 의료 서비스 문제였다. 그는 아주대병원 센터장 이국종 의사와 함께 응급 의료 서비스를 목표로 한 소위 닥터헬기 도입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일(제도)의 성취를 누구보다도 고대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이 기피했던 그런 일의 성취를 위해 지나친 열정을 쏟다가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현장에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나이 꽃다운 51세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소설 속의 병원의 과장이나 원장은 독사에 물린 소년 하나쯤 죽어 나가도 괘념할 일이 아니라는 태도이다. 그러나 만일 그 현장에 윤한덕 의사가 있었더라면 사정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설혹 그 병원에 해독제가 없었더라도 그는 당장 그것을 구하기 위해 해독제가 있는 약국으로 쏜살같이 달려갔을 것이 아닌가. 그 소년이 마치 자신의 아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현 정부가 윤한덕 의사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가 하면, LG복지재단이 응급 상황에 처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다가 순직한 윤한덕 의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LG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이 또한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권력형 의료농단이 판을 치고, 축재형(치부형) 의료농단 또한 기승을 부리는 현실 속에서 오로지 히포크라테스 정신 하나만으로 응급환자의 생명 구하기에 온몸을 던지다시피 한 윤한덕 의사에게 그 어떤 말의 예찬이나 칭송이 주어지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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