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문인과 그 기념 문학상 시비(是非)-임 영 천 목사
2019/07/05 12:4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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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우리는 최남선 서정주 조연현 3인의 시비(詩碑) 철거의 실제 사례를 보았다. 그들의 시비 철거뿐만 아니라 그들을 기리는 문학상들도 이젠 함께 사라져야 할 운명에 놓여 있음도 지적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친일 문인들이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친일문인 기념 문학상’ 문제가 대두될 때에는 위의 3인보다도 자연히 순위가 더 앞서게 되는 춘원 이광수 작가의 사례를 함께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그는 한국 문단(또는 문학사)에서 거목으로 인정되어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3년 전 이맘때(2016년 7월)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학단체인 한국문인협회가 느닷없이 춘원문학상과 육당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앞은 소설가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이고, 뒤는 시조시인 최남선을 기념하는 문학상이다.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자마자 그 사업을 추진하려던 문인협회가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한국작가회의(자실위)와 민족문제연구소가 합동으로 그해 8월 4일 거센 반대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춘원문학상, 육당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면서까지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이유는 명약관화했다. 그들(춘원·육당)이 너무도 잘 알려진 친일 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작가회의는 중앙일보사가 제정해 2001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서정주 기념 문학상인 ‘미당문학상’에 대하여 최근 강력히 반대해 오고 있었으며, 한편 사상계사가 1956년부터 시상해 오다가 요즘은 조선일보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동인문학상에 대해서도 철폐 주장을 해 오고 있는 판에 느닷없는 춘원문학상과 육당문학상의 제정 문제까지 새롭게 돌출하자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졌던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가 앞서본 바와 같은 “춘원문학상, 육당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으로까지 나아가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떻든 기자회견을 겸한 강력한 반대 집회로 인해 사세(事勢) 불리해짐을 깨닫게 된 문인협회 측의 해당 문학상 제정 철회 발표로 일이 일단락되게 되었던 것은 양쪽 모두에게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해방 이후 반민특위가 결성되고(1948) 난 뒤, 반민족행위자라 하여 그 특위에 소환된(1949. 1) 친일 혐의자들 중에 문인 측으로는 이광수와 최남선이 가장 먼저 검거되었던 사례만 보더라도 그들(춘원·육당)이 친일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든 인물들로 특정되어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보겠다. 그들 중 이광수 한 사람만 보자고 하면, 그의 친일 흔적(혐의)에 대해 논의(증언)한 문학자나 평론가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친일 문인들 중에 상당수의 인사들은 1930년대, 그것도 후반 이후로 (친일)활동을 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지만, 희한하게도 이광수는 1920년대부터 그의 정신세계가 친일 쪽으로 기울고 있었음을 상당수의 연구 결과들이 증명해주고 있음은 그 자신을 위해서 매우 불행한 일로 보인다.
그런데도 아래와 같은 일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마저 상당히 슬프게 하는 것 같다. 김병익 평론가가 1970년대(초반)에 동아일보 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 그 지상을 통해 이광수의 친일 훼절을 비판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읽어본 미국 거주의 춘원의 딸 이정화 씨가 김 평론가에게 이렇게 항의 서한을 보내왔다고 했다. “아버님의 애국심이란 열렬하셨습니다. 민족을 위해 친일했다는 뜻을 그대로 독자들이 들어주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는 자신의 친일행위가 어디까지나 민족애의 발로였다고 주장해온 부친의 말(변명)을 딸이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었다고 김 평론가는 어느 글에서 적었다.  
그런데, 시상식이 열리고 있는 조선일보 미술관 앞에서 “동인문학상을 폐지하라”고 외치는 젊은 문인들의 주장을 직접 들었다고 한다면(하나의 가정일 뿐이지만) 심기가 몹시 불편해졌을 김동인의 아들 김광명 씨가 어딘가에 쓴 “아버님에 대한 추억(2010)”이란 글에서는 이렇게 씌어 있음이 보인다. “최근 민족문제연구소라는 좌익 단체에서 아버님을 친일파로 몰아붙였다. 그 이전에는 친일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우셨는데…”라며 매우 애석해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66년 초판’으로 출판된 임종국 평론가의 <친일문학론>이란 책에는 불행하게도 성씨가 김씨여서였겠지만 제1번 순위인 “1,김동인론”이 그의 창씨개명인 동문인(東文仁)이란 일본식 이름과 함께 올라 있음이 확인되어, 아들인 김광명 씨가  “아버님이 이전에는 친일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우셨다”고 한 그 말이 다소 구차한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친일 당사자든 그 후손이든 바람직한 일은 그 사실을 고백하고 또 만인 앞에 참회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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