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392년이 되면 로마사회의 유일종교가 되어 로마의 ‘국교’(國敎)가 된다. 복음의 승리였다. 이젠 황제도 예수 그리스도 앞에 무릎을 꿇는 한 사람의 신도일 뿐, 더이상 신(神)이 아니었다. 황제를 신도로 거느린 기독교는 이때부터 새로운 교회체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모든 교회의 공의회는 황제의 이름으로 소집되고, 황제가 주재했다. 이제 기독교는 가톨릭(catholic, 보편적)이란 이름아래 황제의 교회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중세 로마사회는 황제와 교황이라는 두 권력이 교회를 중심으로 복음의 능력을 한껏 과시하며 세속과 종교를 통치했다.
◇로마 안에 머무르던 기독교는 로마가 망한 후에 온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이 복음을 땅끝까지 전파하라는 주님의 명령이 완성되어 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전세계에 기독교가 퍼지지 않은 곳은 없다. 다만 복음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서슬퍼러던 로마의 박해 아래서도 복음에 대한 변절을 거부하며 끝내 황제도 굴복시킨 기독교가 현대사회에 이르러 물신(物神)에 굴복하고 있음을 본다. 교회의 강단은 복음이 변질된 ‘값싼 은혜’인 기복주의가 잠식하고, ‘돈이 있어야 교인노릇도 한다’는 지극히 타락한 세속주의가 횡행한다. 그래서 일찌기 예수님이 “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며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했던가!(마 6장).
◇기복(祈福)을 팔아 교회가 챙긴 것은 교인들의 삶의 축복도 아니고, 하나님의 영광도 아니며, 오로지 목회자들의 윤택뿐이었다. 교회가 달콤한 기복을 팔면 교인들은 하나님의 복을 받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고, 목회자는 제사장처럼 행세하며, 교회의 예산이 늘어나 목회자의 생활비가 풍족해진다. 교회가 부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복음은 능력을 잃고 재빨리 무속화로 달려간다. 오늘날 한국교회 강단을 보라. 어디에서 사탄과 싸우는 전투하는 교회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는가. 지상에서 승리하지 못한 교회는 ‘승리자의 교회’(에클레시아 트라움판스), 즉 새예루살렘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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