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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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러 테스트(mirror test)”란 학술용어가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고 “인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테스트란다. 극성스러워야  버틸 수 있다는 학문세계라고는 하지만, 그까짓 것까지 시험할 것이 뭐냐 하고 핀잔을 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가 않다지 않은가. 인간을 제외한 동물 중에서 이 테스트를 통과한 것들, 그러니까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들이라고는 기껏 침팬지, 오랑우탄, 돌고래, 아세아 코끼리와 까치 등 수종에 불과하다니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노라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껏 뽐내고 있는 호모사피엔스 중에도 이 “미러 테스트”란 것을 통과하지 못할 법한 인사들이 적잖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침팬지 앞에 거울을 두면, 처음에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인 줄 모르고, 다른 침팬지가 침입해온 줄로만 알고, 거울 속의 자신을 위협하거나 겁을 먹고 눈치를 살핀다. 그러는 사이, 자신이 손을 들면 거울 속의 녀석도 손을 들어  올리고,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내 보이면, 녀석도 그렇게 따라 한다. 마침내 원숭이는 자신의 동작과 거울 속의 녀석의 동작이 일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이 자신을 인식할 때에, 자신의 사고나 행동 자체를 대상화해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인지능력(認知能力=Metacognitive Ability)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머릿속에 또 하나의 자신이 있어 자신을 보고 있는 셈이다. “메타인지”의 “메타”가 “‘더 높은” 혹은 “초월적”이란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이름을 붙인 학자들의 속내를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미러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은 공통으로 동료와 마음을 통할 수 있는 능력,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들 말한다. 아세아 코끼리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고 있다.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면 상대방의 마음을 관찰하려는 지성 즉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이 있는 듯이 행동한다. 그래서 공감능력이 높은 아세아 코끼리라면 미러 테스트에 합격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검사를 해보았더니, 보기 좋게 합격했다는 것.  
이처럼 ‘상대방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떠받치고 있는 “뇌신경세포”를 “미러 뉴런”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원숭이의 뇌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인간의 대뇌피질의 전두엽에서도 같은 부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상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상대의 뇌가 움직이는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미러 뉴런”이 있기 때문이고, 미러 뉴런이 있어 타자의 동작을 보고 있는 중에 자신도 그런 행위를 하고 있을 때와 같은 활동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러 뉴런”은 자신의 마음을 인식할 때에도 작용한다. 자신의 마음을 인식한다는 표현이 껄끄럽게 여겨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마음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생각해보자.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려면 거울이 필요하듯이 자신의 마음도 거울에 비추어보지 않으면 인식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미러 뉴런”이니 “메타인식”과 같은 인간의 기능에 대해서는  과학을 모르는 옛 성인들도 보다 친숙한 어법으로 이미 말해주었던 것도 같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을 이벤트 전문가의 연출에 의존하면서 “소통을 하고 있습네.” 하고 응석을 부리고 있는 명색이 지도자들의 눈에는 거울에 비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히틀러는 콧수염을 기르고 자신을 흉내 내는 찰리 채플린을 몹시 싫어했다고 한다. 아마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보다 채플린의 모습이 더 히틀러답다고 대중들이 보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동갑내기 친구가 성능이 좋은 고가의 면도기 자랑을 했다. 미국 사는 아들이 생일선물로 사주었다는 것. 그런데 그렇게 자랑하는 친구의 볼에는 미쳐 정리되지 않은 수염이 눈에 띄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자네에게 필요한 것은 성능이 좋은 면도기보다는 노안에도 볼 수 있는 확대 거울일 텐데 하고.  
어느 시인이 가을은 거울 앞에 서는 계절이라 했다던가.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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