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격이 소탈하여 와이셔츠나 바지에 뭐가 묻어도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문에 글을 쓴다든지 설교 원고를 작성할 때는 완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예민합니다. 그런데 저의 총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임시노회에서 총회장 후보 추천이 아닌 총회장 추천을 해 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임시노회를 소집하여 지난번에 빠진 ‘후보’자를 넣어 총회장 후보 추천을 받았다는 회의록을 본 임시노회에서 채택하게 하였습니다.
이런 일에 대해 거의 10일 동안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임시노회를 앞둔 전날 밤은 속이 상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해서 잠이 안오는 것입니다. 더구나 임시노회를 한 후 총회 사무실에 가서 등록 하고 17개 광역시도회의에서 설교한 후 또 다시 총회임원회를 위해 목포까지 가야 하는 스케줄을 생각하니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잠이 안 오는 것입니다. 불면의 밤을 지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소 목사 주변에는 장비처럼 밀어붙이는 충성꾼은 많지만 제갈량같이 치밀한 사람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전날 밤, 불면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야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일도 반드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라는 하나님의 시그널이었습니다.
목포로 내려가면서 이 글의 초안을 쓰고 있는데 서해안 고속도로 가에 문득문득 보이는 도로 표지판이 오늘따라 새롭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저와 성도들의 삶의 순간순간마다 때로는 파란불로 때로는 빨간불로 시그널을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보여주신 이정표대로 멈춰야 할 때는 멈추고 달려야 할 때는 달리면서 순종하며 살기를 소원할 뿐입니다.
우리의 삶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시그널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