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목회는 교회를 세속적 종교산업으로 보는 타락현상
과도한 목사 퇴직금 교회에 대한 신뢰 허물어 이단보다 더 나빠
한국에서 복음주의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건물 없는 교회’를 주창해온 홍정길목사는 최근 한 일반언론과의 은퇴 인터뷰에서 ‘세습목회’에 대해 “부모의 성취를 그 자녀에게 그대로 물려준다면 그건 자녀의 삶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지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쓸만한 교회들은 줄줄이 세습목회로 넘어가고 있다. 1~2천명 모이는 교회에서 수만명 모이는 교회까지 교인이 좀 모이고 예산이 몇 억씩 돌아가는 교회는 세습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 이젠 주의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교인들도 목사가 개척했거나 혹은 몇백 명 모이던 교회에 부임하여 30여년 목회 끝에 수천명 모이는 교회로 성장시킨 교회는 목사가 자식에게 교회를 세습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2000년대 들어 10여년만에 서울 경기 지역에서만 1백개가 넘는 교회가 세습되었다. 전국으로 보면 수백개 교회가 될 것이다.
흔히 세습된 교회의 교인들은 ‘아버지 목사 때보다 아들 목사가 더 목회를 잘한다’는 말을 한다. 세습목회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이미 수천명의 교인이 있고, 지역사회에서 그 교회의 사역이 터를 잡고 있는데 누가 후임자가 되어도 크게 달라질리가 없다. 그런데도 구태여 교인들이 세습목회를 두둔하는 것은 주위에 선임자와 후임자 간에 분쟁을 일으키는 교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들이 후임자가 되면 일단 교회는 평안해 진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론의 심각한 왜곡이다. 세습목회도, 선임자와 후임자 간에 분쟁도,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교회를 마치 ‘무당 절간’을 그 자녀들에게 상속하거나 매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종교집단’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절간도 전통있는 교단에서는 절대로 세습하거나 상속하지 않는다. 세습되거나 상속하는 절간은 불심(佛心)이 있고 돈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절간을 지어 운영하다가 그 자녀들이 이어가는 절간이다. 말하자면 정통성이 없는 절간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교회는 정통성있는 교단 소속 교회들도 세습되고 있다.
대도시에서 교인이 2~3천명만 모여도 목사의 월급인 사례금이 생활비, 도서비, 사택관리비, 차량유지비, 자녀교육비, 접대비 등 정기적인 것과 비정기적인 것을 합해 보통 1천만원이 훨씬 넘는다. 1~2만명 모이는 교회는 그보다 훨씬 많은 사례비가 지급된다. 괜찮은 벌이인 셈이다. 거기에다가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종교적 자부심과 목사로서 교인들의 존경심까지 더하는데 이만한 직장이 어디 흔한가. 그러니 자기가 놓고 나가는 괜찮은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터이다. 솔직히 생활비도 제대로 안나오는 몇십 명 모이는 교회를 그 자식에게 떠맡기려는 목사가 몇이나 있겠는가.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그래서는 안된다. 왜냐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만세와 만대에 걸쳐 감취었던 비밀”(골 1:26)이기 때문이다. 이 비밀이 종말에 하나님의 품에 있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사회에 나타난 것이 교회이다.
교회 망치는 목사 퇴직금
목사는 장사꾼도 아니고, 노동자도 이니고, 그렇다고 경영자도 아니다. 그리스도의 양떼를 돌보라고 부름받은 소명자일 뿐이다. 목사는 소명감을 느낄 때 교회를 돌보고, 목회에 대한 소명감이 상실되면 목사직을 그만 두고 다른 봉사직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특정한 교단 배경이 없이 제 멋대로 교회를 개척하여 꽤 성공한 ‘사이비 목사’들이 은퇴할 때 교회 돈을 챙겨 떠나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통 교단 소속 목사들이 수십억원씩 퇴직금을 챙겨간다. 이는 이단보다 더 많은 피해를 교회에 끼치는 행위이다. 이단이나 안티기독교 등 외부의 공격은 교회 내부에 방어하는 무기가 준비되어 있다. 성경대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공격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특히 ‘이단’은 ‘정통’이라는 벽이 턱버티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이단으로 인해 교회가 망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회 내부의 부패는 이단보다 더 큰 상처를 교인들에게 입힌다. 더우기 일생을 두고 존경해온 목사가 어느날 상상하기 어려운 욕심을 교회 앞에 내어놓으면 교인들의 실망감은 더한다. “목사님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하는 말이 교회 안에 회자되기 시작하면, 이꼴 저꼴 안보고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줄을 잇게 된다. 특히 현대인들게는 돈 문제가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도 ‘이단’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교회를 근본부터 흔드는 과도한 목사 퇴직금 문제는 왜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외면하는지 알 수 없다. 그것도 교단에서 유력한 인사들이 그 짓을 하니 누가 감히 지적할 수 있겠는가. 배 아픈 사람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전국 약10만명의 목사 중에 그런대로 살만한 집이라도 한 채 가지고 퇴직하는 목사는 10분의 1도 안된다. 그런데 좀 잘났다는 몇몇 인사들이 10억 20억 30억 50억 60억원에 이르는 교회 공금을 ‘퇴직 위로금’이라는 이름으로 챙겨간다. 그렇다면 그 돈은 교회가 목사에게 증여한 셈이니 증여세라도 내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교회돈을 그만큼 챙겨갈 정도이면 교단의 연금도 누구보다 더 많이 받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교단연금은 교회가 절반, 본인이 절반씩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이 낸 사람은 많이 받도록 되어 있다.
한국교회 이대로는 안된다. 정치인들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몰라 국민들은 불안한 마당에 교회마저 불신의 대상이 된다면 도대체 우리 국민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