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 3:16-17)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감동’은 헬라어로 ‘데오프뉴스토스’((Theopneustos)로서, 우리말로는 ‘하나님께서 숨(호흡, breath)을 불어넣어 주셨다’라는 말이다. 따라서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되었다는 말은 하나님께서 성경에 하나님의 숨을 불어넣어 주셨다는 뜻이다(창 2:7, 요 20:21-22 참조).
그리고 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하여 헬라어 성경은 로고스(logos)와 레마(rhema)라는 두 가지 단어를 사용하는데, 우리말 성경은 로고스와 레마를 구별 없이 ‘말씀’ 또는 ‘말’로 번역하고 있다. 신학적으로는 별 차이는 없지만, 그러나 로고스와 레마를 엄격히 구별하자면, 로고스는 문어(文語)- 글자로 나타낸 모든 말-라고 할 수 있고, 레마는 하나님의 구어(口語)-입으로 하는 말-라고 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골 3:16)라고 할 때, 말씀은 로고스(logos)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 또한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요 6:63)라고 했을 때, 말씀은 레마(rhema)이다.
우리가 영적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하여, 먼저 기록된 말씀(written word)을 잘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 그 기록된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특수적으로 들려오는 선포되는 말씀(spoken word)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개혁자 루터는 성경이나 선포되는 말씀을 다 ‘외적인 말씀’이라면서, 이것은 외부로부터 인간에게 들어오고 다른 사람에 의해 전달되고 중개된 말씀이라고 하고,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에 말씀하시는 ‘내적인 말씀’과 구별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을 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 받아들여 믿게 되는데, 이것을 성령의 사역이라고 한다. 믿음은 하나님께서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외적인 말씀을 통하여 다시 우리 마음에 말씀하시는 이 내적인 말씀에 의하여 자라게 된다. 우리는 루터가 말하는 외적인 말씀을 로고스라고 하고, 내적인 말씀을 레마라고 한다.
히브리서 기자는 주께서 “내 법을 그들의 생각에 두고 그들의 마음에 이것을 기록하리라”(히 8:10). 또 “내 법을 그들의 마음에 두고 그들의 생각에 기록하리라”(히 10:16)라고 하셨다고 가르친다. 즉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우리의 생각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로고스’라고 하고, 우리의 마음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레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로고스를 머리로 아는 것(지식)이라고 하고, 레마를 마음으로 아는 것(깨달음)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깨달음이 중요하다. 그것은 이 깨달음이 심오한 진리를 더 없이 명쾌하게 통찰하고, 거기서부터 감정이 물밀듯이 함께 솟아나는 순간으로서 삶을 영영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깨닫는다’라는 말의 의미를 특히 ‘안다’는 말과 관련하여 어떻게 다른지 알 필요가 있다. ‘안다’라는 말의 히브리어 ‘야다’(yada)는 첫째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지식적(인식적, 이지적)으로 아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그것을 경험하여 체험적(정서적)으로 아는 것으로서 얼굴로 아는 것(갈 1:22)을 말한다. 또 셋째는 의지적으로 연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 곧 실천적(의지적)으로 아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말씀에 대한 지식적 앎을 신학이라고 하고, 말씀에 대한 경험적 앎을 영성이라고 하고, 말씀에 대한 실천적 앎을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지식적 앎인 신학과 경험적 앎인 영성이 합해져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헬라어로 ‘깨닫다’라는 말은 ‘suniemi’이다. 이 말은 ‘sun’(함께)과 ‘iemi’(보내다)의 합성어로 ‘함께 보내다’, ‘같이 놓다’, ‘모으다’라는 의미에서 ‘깨닫다’라는 의미가 생겼는데, 우리말 성경은 ‘깨닫다’라는 말 외에 ‘이해하다’(엡 5:17), ‘지혜있다’(고후 10:12)로도 번역됐다. 따라서 이 깨달음은 성령님의 조명으로 지(머리). 정(마음) . 의(몸)를 포함하는 전인격적인 앎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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