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기존 연합단체와 구분되는 한장총만의 정체성 회복해야

한때 한국교회의 높은 위상과 광대한 영향력을 사회와 국민들에 드러냈던 연합운동이 어느 순간 바닥으로 추락했다. 교단 분열의 대안으로 나온 연합운동이지만 그 스스로가 정치, 세력화 되며, 분열에 분열을 거듭했다.

 

이 중 그나마 분열의 포화를 피한 곳이 있다면,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이하 한장총)이다. 한장총은 처음의 모습 그대로 유지하며, 아직 별다른 분열 없이 단체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한장총도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이상 과거의 한장총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한장총은 말 그대로 장로교회의 모임체다. 한기총이나 한교연, 한교총 등이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단체를 표방하기에 그에 비해, 대표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딴지가 있을 수도 있으나, 사실 한국교회의 70% 이상이 장로교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장로교회의 연합만으로도 충분한 대표성을 지닐 수 있다.

 

그런 만큼 초창기 한장총의 모습은 그 위상이 대단했다. 한때 진보의 교회협(NCCK), 보수의 한기총과 더불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3대 연합기관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며, 특히 뿔뿔이 갈라진 장로교회를 한 지붕 아래 엮겠다는 장로교의 날은 한국교회 분열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연합운동 변방으로 밀려난 한장총

문제는 딱 거기까지였다는 점이다. 압도적 위용을 자랑하던 한기총의 분열이 한장총의 때아닌 몰락을 야기했다. 한기총이 본격적으로 분열을 시작하며, 그 대표성과 정체성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자, 그에 소속된 주요 교단들은 연합운동의 본질보다는 정치적 권력 투쟁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자연스레 한장총은 교단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연합운동에서의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각 교단들은 매순간 총력을 기울였고, 그 다툼과 별개였던 한장총 사회와 교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물론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이 한장총에게는 교계 연합운동을 독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녹록치 않았던 것은 당시 분열을 틈타 이영훈 목사를 대표로 한 순복음 교단이 교계 연합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더 이상 장로교단 중심의 연합운동 체제가 유지되기 어려웠다.

 

사실 교계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 한교총의 등장이라는 최근 수년 간의 굵직한 연합운동 분열사를 마주하며, 한장총의 존재를 잊었다. 교단들 역시 딱히 탈퇴는 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한장총에 과거와 같은 힘을 보태지 않는 모습이 여력했다.

 

인물의 부재 현상 역력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물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그간 한장총의 대표회장은 통합, 합동, 고신, 대신, 백석 등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주요교단들에서 총회장을 갓 역임한 자들이 맡아왔다. 이는 한장총 뿐 아니라 한기총 등에서도 통용되던 일반적 사례였다. 뛰어난 인물들이 교단 총회장의 경험을 발판 삼아 교계 정치로 나아가는 방식은 연합운동의 관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장총에 이러한 인물들이 없어졌다. 주요교단들에서 대표회장을 내더라도 교단 내부에서의 영향력을 더 이상 갖고 있지 못하는 인물들이 대다수였다. 이는 애초 교단들이 한장총에 그리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소홀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여기에 직전총회장이었던 송태섭 목사의 소속은 군소교단이었다. 물론 연합운동이 기본 전제가 평등이라는 것은 감안할 때 군소교단이라는 것 자체가 이론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보이는는 단체의 위상에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현실적으로 대교단들의 참여가 현저히 줄어든 것 또한 사실이다.

 

올해 대표회장에 오른 김수읍 목사는 예장통합이라는 대교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결정적으로 김 목사는 교단의 지도자를 지낸 적이 없다. 연합단체에서 굳이 대표회장을 대교단 내에서 찾는 이유는 그 인물 자체보다는 대교단이라는 배경을 선호해서다. 큰 교단이 적극 참여할 때, 대내외적인 영향력이 커짐은 물론이고, 재정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 인물이 자신이 소속한 교단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교단 총회장도 지내지 않은 김수읍 목사가 과연 통합측의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를 교계에서 우려하는 것이다.

 

여기에 교계에서도 극보수적인 인물로 분류되는 김수읍 목사가 보수와 진보가 나란히 공존하는 통합이라는 교단 내에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것으로 보이는 점은 올해 한장총의 사업에 통합측의 참여를 망설케 할 수도 있다.

 

그나마 나은 점은 상임회장을 합동의 현 총회장인 김종준 목사가 맡았다는 점이다. 합동이라는 엄청난 배경에, 현직 총회장이라는 최고 지도자가 내년에 자동으로 대표회장에 오르게 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한장총의 기대는 벌써부터 상당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특히 최근 단체 사무실 내 상임회장실을 마련키 위해 상근직인 총무실을 없앤 것으로까지 알려졌다. 이에 대한 여러 추측도 있지만, 현직 합동 총회장이라는 위치에 대한 예우라는게 김수읍 대표회장의 설명이다.

 

한장총이 오랜만에 영입한 그야말로 거물(?)에 엄청난 기대를 보이며, 역사상 초유의 상임회장실까지 만들어 이를 배려하고 있지만, 사실 합동측 내부에서는 총회장인 김종준 목사보다 부총회장인 소강석 목사에 훨씬 더 큰 관심과 기대를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부총회장이 총회장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러한 추측이 중요한 것은 합동 뿐 아니라 교계 전체가 올해 소강석 목사가 합동 총회장에 오르는 순간을 매우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계는 신진 지도자 중에 가장 많은 활동을 하며, 엄청난 인맥과 지도력을 갖고 있는 소 목사를 침체되고 분열된 연합운동을 다시 하나로 엮을 가장 적합한 지도자로 꼽고 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바로 소 목사의 올 총회장 취임이다.

 

딱히 김종준 목사가 부족하거나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 목사가 연합운동에 있어 압도적인 지지와 기대를 받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김종준 목사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교계와 교단은 과연 소 목사가 연합운동의 중심점을 한교총과 한기총 중 어디로 가져갈지를 매우 유심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그 와중에 한장총은 다시 한번 관심 밖으로 밀려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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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대표성 잃은 한장총, 장로교단의 연합체로서의 역할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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