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6(일)
 
연합하지 못하는 교회, 분열 조장에 앞장서는 교회
제21대 총선이 치러지는 올해 우리사회와 교회의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 졌다. 이미 지난해부터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치열한 총선 전초전을 벌인 보수와 진보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당장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특별할 것은 없다. 더구나 주요 선거를 앞둔 상황에 이념, 지역 간의 대립은 늘상 있어왔던 일이었다. 허나 어느 순간 달라진 것은, 이러한 대립의 선봉에 바로 교회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인물이 있다면 단연 전광훈 목사다. 3·1절 반정부 집회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극보수 세력을 한 자리에 모은 전 목사는 교계를 넘어 사회적인 영향력을 두 손에 쥐게 됐다. 그런 전 목사의 돌풍 배경에는 바로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직함이 자리한다. 지난 20년 넘게 한국 기독교 보수의 선두에 섰던 한기총이라는 이름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여전히 1000만 한국교회의 대표였다.
비단 한기총만 정치 이념의 선두에 선 것은 아니다. 교계 진보세력을 주도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이하 교회협) 역시 자신과 구미에 맞는 정권에 동조하고, 반대편 정부는 철저히 배척하는 행보를 해 왔다. 교회협은 지난해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의 반 정부 행보에 대해 기독교의 범주를 벗어났다며,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으나, 교회협 역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 정부 비판에 그 누구보다 앞장섰다.
한국교회 내부에서 진보와 보수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한기총의 탄생이 진보 중심의 교회협을 견제키 위한 것이라는게 이를 증명한다. 문제는 이러한 대립이 도를 넘어서며, 연합기관의 본질인 하나됨을 거스른다는데 있다. 그간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는 일반사회의 정치 대립과 달리 다름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상호 발전해 왔다. 특히 국가와 사회의 대립 앞에서는 국민의 보호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결국 복음 안에서 우리는 한 형제라는 종교적 신념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교회는 우리 사회의 대립을 주도하고 있다. 치유와 회복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교회가 대립의 아이콘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무엇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모습이다. 교회가 대립의 중심에 있다면, 그 교회는 사회 속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의미가 없다. 사랑하고 서로를 용서하라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해야 할 교회가 서로를 배격하고, 정죄하는 앞장선다면, 더 이상 국민들은 교회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우리사회가 극단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 앞에 한국교회의 보수든 진보든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과거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옳고 그름을 분별키 위한 발전적 대립이었다고 한다면, 현재의 모습은 그저 이기고, 쓰러뜨리기 위한 전쟁 그 자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은 무너졌다. 어쩌면 지금의 사회적 혼란은 한국교회의 퇴보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감히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심각한 것은 무너진 균형을 잡아줄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간 한국교회는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왔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양측으로부터 얻은 절대적 신뢰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한국교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더 이상 우리사회의 중재자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회복은 교회 안으로는 무너진 복음을 회복하는 것이겠지만, 밖으로는 중재자의 역할을 다시 감당하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의 빛이자 희망이다. 그리스도 부활의 생명을 세상에 전해야 할 우리 교회에 있어 이는 변하지 않는 사명이자 진리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그간 희망을 싹틔워 온 중심에는 바로 연합운동이 있었다.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회복은 수년 전부터 주창된 주제지만, 전혀 나아지지 못했다. 오히려 거듭된 분열이 고착화 되며, 이제는 차라리 분열 속 안정을 추구하는 중이라고 봐야 맞을 듯 싶다. 하지만 연합하지 못하는 교회에는 희망이 없고, 희망이 없는 교회에게 세상은 어떠한 역할도 기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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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운동의 회복은 세상 앞에 선 교회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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