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택 교수(강서대학교 전 총장)
정부가 9·19 남북군사 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시키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23일에 9·19 남북군사합의의 전면파기를 선언했다. 그들은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 엄포놓으며 지금까지의 모든 합의위반을 정당화했다. 보도에 의하면 2018년 합의 이후 북한은 3,400회 이상 포문 개방, 서해 해상 완충 구역에서의 약 600발 이상의 포탄 사격,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투는 물론 탄도미사일과 정찰위성 발사 등으로 북한은 이미 9.19합의를 실질적으로 폐기한지 오래였다.
그동안 이 합의는 우리만의 족쇄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해 우리 포대의 포문 폐쇄, 연평도·백령도 해병대의 육지 K-9 자주포 사격 훈련, 대북정찰 활동 불가 등이 그 예들이다. 이 합의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소모하면서도 안보 위협은 날로 증대된 현실에서 그들의 정찰 위성 발사를 계기로 9·19 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중지시킨 것의 정당성은 충분하다.
이에 대하여 민주당은 정부가 위기를 조장한다고 비난하고, 북한의 휴전선 군사도발 혹은 우발적 충돌을 걱정하지만, 그것은 안보는 안중에 없는 지극히 이기적 자기 정치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상대가 지키지 않는 합의를 우리만 지키면서 눈가리고 귀가린 안보태세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더더욱 평화를 구걸하는 비굴한 안보는 더는 불가하다. 동네의 불량배가 무서워 뇌물을 주어 안전을 지키는 부자는 불량배의 호구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북한의 호구였음을 누가 부정할 수 있는가?
북한이 핵을 개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말을 믿었고, 우리가 퍼준 대북 지원금이 결국 핵무기로 되돌아왔는데도, 170여발의 방사포탄을 퍼부은 연평도 포격사건이 13년 전의 일이고, 우리 함정의 침몰로 수많은 꽃같은 청춘의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 결코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에게 절대 불리한, 상대는 지키지 않는 합의를 우리만 지키라고 강변하는 세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세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에 대한 대화와 협상의 여지는 열어둘지라도 강력한 힘으로 우리의 안보를 우선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를 위협하여 얻어간 것들이 너무 많다. 순진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사회, 경제, 종교 지도자들의 헌납이 도를 넘은 것도 사실이다. 그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도 아직도 깯다지 못하고 그들의 편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뒷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상식에도 맞지 않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 주장을 서슴없이 내놓는 그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적어도 안보를 두고는 여야도, 진보도 보수도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윤석렬 대통령의 국정의 방향은 큰 틀에서 바른 듯하다. 다만 디테일에서의 서투름이 무능 혹은 독단으로 비친 것이 사실이다. 큰 틀에서 얻은 소득을 디테일에서 망실하여 적자를 누적시킴을 살펴야 한다. 특히 이번 9.19 합의의 부분파기의 큰 방향은 옳지만, 북한의 전면 파기에 대응 등의 디테일에서 쓸데없는 오해와 부실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 교회와 목회자들은 안보라는 큰 흐름이 교회의 신앙을 유지하고 선교의 대사명을 완수하는 주요한 과제임을 유념해야 한다. 교리적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반 교회적인 적그리스도의 세력에 동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는 동시에 우리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그 어떤 세력보다 앞장서야 한다. 9·19 남북군사 합의로 우리를 희롱한 북한과 새롭게 맞서야 하는 우리에게서 임박한 총선은 한국 교회에게는 지극히 중요하다. 우리 땅에 진정한 애국과 평화와 미래의 통일을 위한 초석을 놓는 중요한 선거이기도 하다. 목회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신앙적 양심을 버리고 머뭇거리면 우리의 양떼들은 곤궁한 삶을 살 수밖에 없고, 한국 교회의 선교의 현장은 황폐해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