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목사에게 지급된 이 거액의 돈은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이 생활비를 쪼개고 아끼고 절약해 복음전도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나님 앞에 드린 헌금이다. 결코 목사가 ‘교회사업’으로 번 돈에서 나온 이익금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목회를 하고, 교세를 크게 성장시켰다고 하더라도 목사가 하나님 앞에 바쳐진 헌금을 도(度)에 넘치는 퇴직금으로 챙겨간다는 것은 기독교 역사상 이제까지 없었던 일이다. 이는 한국교회에서만 있는 일이다. 공교회의 헌금을 은퇴목사가 생활비 외에, 거액을 개인적으로 챙겨가는 것은 범죄이다. 천재(天財)를 황령한 범죄이고, 물욕을 버리라는 목사의 설교를 신뢰해 온 교인들을 실망시킨 범죄이다. 더우기 이 돈이 교회가 그대로 관리하고 있었다면, 그 이자(利子)만으로도 원로목사에 대한 생활비를 지원하고도 남을 터인데, 교인들의 피땀어린 헌금 35억원을 ‘세금’이란 명목으로 날린 셈이다.
◇한국교회 목사의 퇴직금 문제가 교계에 이슈화가 된 것은 90년대 말 서울 화곡동에서 20여년간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은퇴하는 목사가 4억원을 받아가는 바람에 그 교회가 큰 시험에 든 것이 시초였는데, 그 이듬해 종로구의 한 교회에서 7억원이 나오더니, 곧이어 10~20억원을 호가(呼價)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분당과 강남에 있는 두 교회가 각각 60여억원씩을 퇴직금으로 지급해 교계뿐 아니라, 사회를 놀라게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 가히 세계 최대교회 답게 200억원이 목사의 퇴직금으로 지급된 것이다.
◇이유야 무슨 명분을 갖다붙이든, 수십억 수백억의 퇴직금을 챙긴 목사는 분명히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라는 주님이 가르친 기도를 위배한 것이다. 일생을 통해 주님의 기도를 설교해 온 목사가 교회의 공금을 수십억 혹은 수백억씩 자신의 사생활을 위한 목적으로 챙겨간다면, 이런 교회가 과연 하나님의 아들이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단번에 바치고 이 땅에 이루고자 한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교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 한국교회는 왜 존경받을 만한 지도자를 갖지 못하는가? 한국 기독교의 수준이 진실로 이것밖에 안되는가 생각하니 참으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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