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8(화)
 
가슴꽃

안 재 찬

나는
당신이 곁에 있을 때에는
빈 자리의 실상을 제대로 읽을 줄 몰라서
사랑의 부피와 무게를
쉽사리 가늠할 수 없다가

당신이 떠나고 난 뒤에사
늑골을 흥건히 적시며
참뜻을 가늠하고 있습니다

지금
내 거칠은 마음밭에서
당신의 열정과 숭고로 빚은 올곧은
삶의 희열이 오롯이 자라남은

가난한 영혼을 위하여
몸을 던져 자신을 버리고
광야의 신기루처럼
홀연히 이승을 떠난

당신의 순수가
당신의 충정이

내 가슴 속에서
단 하나의 찬란한 소멸
아닙니다 빛부신 소생으로
영원을 둥지 틀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내 곁에서 떠나버린 그 존재의 부재로 인해 비로소 그의 실체의 무게와 빈자리를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곁에 있을 때에는 몰랐지만 가버린 그 자리는 공허하기 그지 없다. 뜨거운 보혈로 나를 사랑하고 건져 주신 크고 영원한 이름인 그 분을 곁에 두고서도 몰랐던 어리석고 나약한 시인의 고백은 오히려 정직하다.
왜 떠나보냈을까. 현란한 유혹과 욕망에 이끌려 다니며 눈멀고 귀멀었던 모습은 애틋하고 아리다. 눈물이 흘러 옷깃과 늑골까지도 흥건히 젖어드는 고백성사 참사랑을 깨닫기 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있었음을 본다. 그러나 그 분은 떠나지 않고 지키고 계셨음을 알았다.
웬일일까? 가슴에 붉은 빛부신 꽃이 피고 있지 않는가. 다 버리고난 빈 가슴에 영원한 보혈의 이름으로 피어나는 소생의 꽃이 가슴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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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가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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