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0(목)
 
다시 산에서

이 준 영

산을 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산을 본다

아니, 어제도 보고
그제도 본 산인데
어이 오늘에사
산이 산처럼 보이는 것일까

산을 보되
산의 깊은 마음 읽지 못하고
산을 보되
산의 지혜로움 느끼지 못하고
산을 보되
산의 인고를 짚지 못해

어제도 그제도
한갓 뫼로만 훑어 본
내 눈의 흐림이어

아, 우둔한
내 마음의 닫힘이어

어제도 본 산
그제도 본 산

오늘은 저 산의 큰 품
열려 있음을 본다

동일한 사물과 환경도 시간에 이끌려 통시적 객체였을 뿐, 일상에 늘 가까이 있던 산이었음에, 시인은 느닷없이 ‘산을 본다‘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았던 산인 듯- 이, 역설을 읽게 된다. 여태 보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품과 같았고 仁者와도 같은 산을 비로서 보았다. 산에 들어 나무와 숲과 계곡과 새들의 지저귐도 들었을 텐데, 수 많은 산의 시간이 시인의 시간 속에도 축적되어 있었지만, 산은 산이고 거기 있는 비스듬한 오르막길이고 비탈에 선 나무들이었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사계절이 거기 있었을 뿐이라고 이제 무심했던 산의, 우주적 秘義와 무한한 신비와 크고 웅대한 산의 품 자락과 숨소리까지 듣는 귀와 눈과 가슴이 열리고 있다. 우둔함도 깨우치는 무한한 희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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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다시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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