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로지하공간의 활용, 미래가치와 공공적 관점에 우선
2019/08/08 16:3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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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회장(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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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도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종합적 지하 공간 개발 계획을 수립, 착수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강남북 주요 거점에 대규모 지하도시를 계획 중이다.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을 비롯해 용산역 전면 공원 지하공간개발 사업, 그리고 서울시청과 광화문, 을지로 상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잇는 대규모 지하공간 개발을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있다. 초과밀한 도시 인구밀도 등의 요인으로 지하공간의 활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당면 과제로 인식된다.

 

열린 공간으로의 변모

거미줄과 같은 현재 서울의 지하공간에서 그 지하는 과연 어디까지 소유권이 인정될까? 우리나라에서 지하공간에 대한 법적 정의나 총괄 법령은 없다. 하지만 토지소유권 범위에 대해서는 <민법> 212조에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라고 쓰여 있다. 289조의2 1항에는 지하 또는 지상공간의 상하의 범위를 정하여 구분지상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각 대지는 용도, 건폐, 용적률 등으로 개발행위가 법으로 제한되어 있다. 경제 논리로만 치자면 비싼 땅에 건축물의 볼륨을 최대치로 키우는 것은 당연한 개인의 재산권 행사라 할 수 있다. 우리 도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의 사옥이나 문화시설 및 관공서 같은 공공시설 등에서 보행자 레벨, 즉 일정 지면부를 비워 건축물을 올리고 있다. 이런 열린 공간을 계획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반하는 것으로, 내 땅을 비워 보행자를 위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편익을 주고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도시의 공간환경이 향상된다는 유,무형의 가치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94월 정식 개관한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01)이다. 본관과 암병원, 어린이병원, 치과병원을 연결하는 서울대병원의 허브로 병원이용자의 편의성을 구축하고 다양한 편의시설과 함께 전시, 문화예술 공간이 지하에 조성돼 격조 높은 휴식공간을 마련하였다. 지상공간은 병원을 찾는 내원객이 승하차하는 공공도로와 역사적 흔적를 보존한 공원을 조성하여 치료가 아닌 치유의 공간으로 병원의 새로운 가치를 구현한 것이다.

 

종교시설에서도 이런 가치가 반영된 계획을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사랑의교회(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121)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교회는 건물의 외부와 내부에서 겉으로 드러난 종교적 색채를 최대한 배제하고 공연장, 졸업식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핵심공간을 지하로 내려 보냈다.

 

공공성과 문화가치 실현의 공간

지상에는 대지면적의 50%가 넘는 사유지 공간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광장으로 길을 터놓음으로 자연스레 주민의 쉼터, 이동통로를 형성하고, 지상으로 드러난 외부건축은 건물의 중앙부를 과감히 도려내어 하늘 경관을 열어 놓음으로써 주변 건물의 경관시야를 배려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역의 공적 사회기반 시설과 연계되어 더 큰 공간가치를 창출한다면, 종교를 떠난 물리적인 실체만을 두고도 그러한 종교건축물은 공공적가치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공성의 문화가치를 해외 유수의 어워드에서 인정한 것은 객관적 시각에서 그 가치를 평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지하도시 미래비전이라는 전시가 돈의문박물관 도시건축센터에 열렸다. 광화문, 시청, 동대문, 서울역, 남산공원 등 도심의 주요 지역의 지하공간을 활용한 건축프로젝트 제안이다. 각각의 제안을 보면 지상과 지하를 자연스러우면서도 효율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점과 지하공간의 개발이 대상 지구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속에서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지하공간들은 개별 주체들이 이익과 필요에 따라 공간을 개발하면서 각각의 공간들이 불연속적이고 단절되어 있어 효율적이고 원활한 도시의 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하공간이 지상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과밀화된 지상을 보완하여 숨 쉴 공간을 확보하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지하로 인간의 활동영역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다.

 

과밀한 지상을 일정 부분 비워 놓아 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하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라 할 수 있겠다. 국토부 역시 그동안 엄격히 제한되었던 도로 상공과 하부 공간에 대한 활용을 문화상업 시설을 포괄하는 다양한 범위로 확대하고, 민간의 혁신적 창의성 활용을 위해 민간의 사업개발 참여도 전향적으로 확대 시킨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도 있다.

 

결국 우리의 도시는 그것이 사유지이든 공공영역이든 일정부분 공공재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상, 지하의 내 땅만의 문제가 아닌 현대 도시의 유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제한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토지는 비록 공공이나 개인의 소유라 하더라도 현세대와 이후 여러 세대를 관통하는 삶의 터전인 소중한 역사적 자산인 것이다. ·일 간 무역 분쟁이 치열한 지금 눈앞의 현실적 제도에 막혀 미리미리 대비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의 지하공간도 거시적 미래가치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미리미리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http://www.ecumenicalpress.co.kr/n_news/news/view.html?no=48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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