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있어 ‘분열’은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니다. 교단 300개 시대라는 오늘날의 믿기 어려운 현실은 지난 130년의 역사 동안 수없이 많은 분열이 반복되어 왔음을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분열의 명분이다. 아무리 하나님을 섬기는 목회자들이 함께하는 성총회라 하여도, 결국은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분쟁과 다툼은 피할 수 없다. 관건은 이를 이해하고, 인정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법과 원칙의 수호다. 매번의 분쟁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음은 법과 원칙에 대한 인정과 서로를 존중하는 기본적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것을 뛰어넘는 명확한 이견이 있을 때는 ‘분열’도 불사하게 된다. 법과 원칙, 신학과 신앙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를, 단순히 이해와 배려로 봉합한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합동과 통합 사이의 ‘WCC’이며, 기성과 예성 사이의 ‘NCCK’였다. 허나 이들의 분열을 두고 아쉬움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 신학적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선택은 분열에 있어 서로에게 충분한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명분’없는 분열이다. 한국교회 대부분의 분열에는 바로 이 ‘명분’이 상실됐다. 돈과 권력, 권위를 탐내다 갈라졌던 대부분의 분열들은 오늘날의 교단 300개라는 부끄러운 현실을 만들어 냈다.
현재 교계가 백석대신측의 분열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석대신측 총회장 유만석 목사는 앞선 백석총회에 총대로 참석해 총대원들에 사과까지 전했던 상황, 이들 모임이 분열을 넘어 총회 ‘이탈’로 비춰지는 결정적 이유다.
교단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교단을 만들고자 모든 것을 처음부터 출발 하겠다”며 ‘새로운 교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이들이 택한 것은 백석측의 직전 명칭과, 현 회기였다. 백석을 비난하며, 새로운 교단을 담대히 외쳤지만,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백석총회에서 다수의 징계를 받은 상황, 징계를 피하기 위해 새 총회를 구성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이날 모인 백석대신측의 주 세력은 어디까지나 대신측이다. 백석 출신의 유만석 목사가 총회장에 오르기는 했지만, 정작 합류한 백석측의 교회는 약 50~60여 교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 총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대신측 목회자들이 굳이 이탈을 강행하면서까지 백석의 이름과 회기를 고수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여기에 ‘통합’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이탈했다는 지적도 호응을 얻기 어렵다. 엄밀히 지난 2015년 이뤄진 대신-백석의 통합 약속을 어긴 측은 대신측(당시 총회장 전광훈 목사)이다. 통합 당시 대신의 명칭을 사용하기 위한 기본 전제가 90% 이상이 통합에 합류한다는 조건이었지만, 당시 통합에 합류한 대신 세력은 많아야 60~70% 남짓이었다. 이는 이후 대신수호측과 전광훈 목사측의 재판에서 명확히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오히려 당시 60% 이하가 합류할 시 총회의 명칭을 모두 백석에서 차용키로 약속했다. 사실 통합합의서를 엄밀히 따지자고 한다면, 통합총회의 명칭이 ‘대신’이 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며, 차라리 ‘백석’의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고 봄이 옳다.
그럼에도 총회는 지난해 소송에서 패소하기까지 대신측의 명칭을 유지했다. 그리고 패소 직후, 정기총회에서 백석으로 이름을 환원해야 한다는 과반 총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통합정신을 앞세워 ‘백석대신’의 이름을 택했다. 다만 전제조건이 붙었다. 대신측 20개 교회가 유지재단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조건에 구 대신측 역시 동의했고, 결국 명칭을 ‘백석대신’으로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지재단 가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허나 해당 약속이 ‘백석대신’이란 명칭을 사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만큼, 올해 총회에서는 그에 따라 이름을 다시 ‘백석’으로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교단지인 기독교연합신문 보도에 의하면 구 대신측은 총회 결의에도 불구하고 유지재단 명칭을 먼저 변경해야 가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 유지재단의 명칭이 ‘백석유지재단’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허나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작성한 합의서에 따르면 ‘백석유지재단에 구 대신측 20개 교회가 7월 30일까지 가입한다’고 정확히 명시하고 있다. ‘백석유지재단’이라는 명칭 자체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교세를 빠르게 회복 중인 대신총회(총회장 황형식 목사)나, 독자노선을 택한 전광훈 목사의 대신(복원)총회 등으로의 합류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은 아직 ‘백석대신’이라는 이 총회에 대해 아직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 백석총회(총회장 장종현 목사)는 “이탈자들과 재통합은 없으며, 개별가입도 불허하겠다”는 매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한번 분열에 동참한 이들은 계속적으로도 분열에 앞장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반면 제103회기에 벌어진 혼란을 수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총회는 지난 19일 서울 방배동 총회회관에서 제42회기 첫 실행위원회를 열고, 특별재심원과 예결산조사처리위원회, 헌법개수정위원회 등을 구성했다.